일상

넷플릭스 드라마 소년심판 후기(좋았지만 아쉬운 결말...)

paqa 2022. 3. 14. 03:29

(약간의 스포가 있을 수 있으니 참고해주세요!)

 

이번에 넷플릭스에서 소년심판이라는 드라마가 1위를 하는 것을 보고 주말에 몰아서 보고 후기를 쓰게 되었다. 

 

배우들이 전부 연기에 있어서 탁월한 분들이고, 아역 배우들도 흠없는 연기를 보여주었다. 

 

스토리는 청소년과 관련된 사연이 있는 법관들이 소년부 쪽 재판을 맡게 되면서 각자의 이야기를 조금씩 풀어나가는 형식이다.

 

김혜수가 일단 능력이 출중한 엘리트 판사로 나온다.

 

능력이 되지만 남들이 기피하는 소년부 쪽에서 일을 맡는 것을 보면서 뭔가 큰 사연이 있겠구나 라는 의심이 초반부에 들기 시작했다. 

 

그 답이 드라마 후반부에 나오는데, 뒤에 여러 떡밥들이 해결되고 퍼즐이 맞춰지는 느낌이 꽤 근사하다.

 

추가적으로 스토리 중간에 청소년들이 했던 해명들이 나중에 거짓으로 밝혀지는 반전들이 꽤 재밌게 느껴졌다.

 

김혜수(심은석 역)는 그런 상황에서도 감정적으로 동요하지 않고, 냉정하게 순간순간 결정을 내리는 데, 그게 매력적인 캐릭터로 비춰졌다.

 

심지어 김혜수는 직접 “소년범을 혐오한다”고 말했다. 이 부분이 매우 감정적으로 비춰지는데, 법적인 판결에 있어서는 그 감정을 절제하고 냉정하게 결정을 내린다.

 

관련해서 좋았던 명언이 있다. 김무열(차태주 역)이 소년범들에게 감정을 과도하게 이입하는 것을 보면서 김혜수가 한 말이다.  

 

“동화같은 인생은 없어, 그냥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냐 아니냐로 나뉠뿐이야”

 

<넷플릭스 드라마, 소년심판>

 

드라마 소년심판을 보면서 토론해보고 싶은 주제가 생겼다. 

 

바로 '법에 있어서 감정은 얼마나 개입되어야하는가?' 이다.

 

법은 사회질서를 유지하고 정의를 유지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고 배웠다. 

 

그러한 법은 사회적으로 낭비를 막기 위해서라도 모든 도덕적인 판단에 가담하는 것이 아니다. 

 

재판은 엄연히 공권력을 사용하는 소비적인 측면이 있고, 처벌이 너무 강할 경우에는 사회적인 인적자원 손실로 이어질 수도 있다. 

 

따라서 법적인 처벌에 있어서는 법문에 규정된 것만 처벌하는 관습형법 금지의 원칙이라는 것이 있는 것이다.

 

 

 

물론 법관도 사람이기 때문에 완벽하게 감정을 배제할 수는 없다. 그리고 그렇게 냉정하게 내린 결정들 중에서 국민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 분노할 만한 판례도 분명히 존재할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 개개인의 감정에 맞추어서 판결을 내리다 보면 법정의 공정성은 더욱 무시될 뿐이다.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다 태우는 꼴이 된다. 

 

 

그런 의미에서 이 드라마는 상업적으로는 성공했다고 하더라도, 현실적인 해결책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그래서 뒤에 부임된 부장 판사 이정은(나근희 역)이 다음과 같은 발언을 했을 때, 솔직히 실망을 했다.

 

저에게는 법관으로서 원칙이 하나 있습니다. 그것은 '내 법정은 감정이 없다'. 그래야지 어떤 편견도 없이 냉철한 처분을 낼테니까요. 그러나 너무 뒤늦게나마, 이 소년법정에서 만큼은 그래서는 안 된다는 것을 이제 깨달았습니다. 그런 의미로, 저 때문에 상처를 입었을 많은 분들에게 이 한 마디를 대신하고 싶습니다. 미안합니다, 어른으로서.

김혜수를 위로하기 위해 한 말이라고 하면 이해가 가지만, 객관적으로 이정은은 잘못이 없다.

 

그런데 앞으로는 법정에서 감정을 이입할 것처럼 이야기했다.

 

과연 앞으로 감정을 이입한다고 해서 정말 더 나은 법관이 될 수 있을까?

 

잘못된 사례를 하나 잡겠다고, 감정을 이입하는 순간 정의는 오히려 더 멀어질수도 있지 않을까? 

 

높은 위치에 있는 사람이 한 일들 중에서 잘못된 것 한 가지를 꼬투리잡아서 욕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그 위치에서 무게를 견디면서 묵묵히 일을 해낼 수 있는 사람은 굉장히 드물다. 

 

과연 판사라는 위치에 직접 올라섰을 때, 그 이상으로 일을 해나갈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감정적으로 동기부여되면서 드라마속 주인공들의 인생이 달라졌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더 나은 법관이 되었는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한 사건에 그만큼 감정을 소비한다는 것은 분명 다른 재판에 쓸 에너지를 끌어다가 쓰는 일이기 때문이다. 

 

드라마에서 나온 대사처럼 인생은 동화가 아니다.

 

 

드라마가 물론 현실적이었다면 재미가 없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소년심판이라는 드라마도 어느 정도 비현실적이었기에 흥행을 할 수 있었던 것이라 생각하고, 이 부분을 비난할 생각은 없다. 

 

나처럼 실용적인 작품을 원하는 사람이라면 비추하고, 연기나 스토리적인 탄탄함을 원하는 사람이라면 소년심판이라는 작품을 강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