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학기 동안 휴학을 하면서 2곳의 회사에서 인턴을 했다. 한 곳은 핀테크(금융 인공지능 분야) 스타트업이었고, 한 곳은 우리나라 시총 상위권에 위치한 반도체 대기업이다.
스타트업의 경우 내가 급하게 인턴을 구하다보니, 그렇게 좋은 회사는 아니었다. 개발자로 들어간 거였는데, 스타게티처럼 꼬인 코드를 보다가 1달 넘게 내가 정체되어 있음을 느끼고 바로 런...(뛰쳐나왔다)
지금 생각해보면 대안을 만들고 회사를 나와야했는데, 그렇지 않았기에 나와서 잠시 백수로 살았다. 그렇게 여기저기 진로를 고민하다가 괜찮은 반도체 대기업에 인턴 공고를 보고 바로 지원했다.(이쪽 분야가 좋아서라기 보다는 일단 경험해보는게 백수생활보다는 나을 것이라는 생각에서 지원한 것이다)
그렇게 대기업에서 1달 정도 인턴을 끝마치고 느낀 것은,,, 당연하게도(?) 복지, 급여, 성장 모든 면에서 대기업이 스타트업보다 우위에 있다는 것이었다.
물론 스타트업 중에서도 상장을 앞두고 있는 회사는 대기업 못지않은 인재들도 많고 급여도 그 이상으로 주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내가 간 스타트업은 그런 곳들과는 거리가 있었고, 그냥 스스로 정체되는 느낌과 코드에 대한 분노라는 감정으로 끝을 맺었다.
그 이후 관성에 의해서 나는 지금 반도체 쪽으로 다음학기 수강신청을 하고, 연구실도 알아보고 있다. 인턴 생활이 괜찮았기 때문이다. 회사에서 선임들을 보면서 이렇게 생활하는 것도 나름 만족하면서 살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여전히 내 마음 한 구석에 미련이 남는 부분이 있기는 하다.
만약 '내가 개발자로 카카오나 네이버같은 대기업에서 인턴 생활을 했다면 오히려 개발자가 내 체질이라고 생각할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부분이다. 그런데 인생은 유한하고, 모든 것을 경험해볼 수 없기에 내 결정이 최선이라는 확신을 가지기가 쉽지 않다. 그저 확률적으로 이 길이 더 맞을 것같다는 판단을 내리거나, 싫은 길을 제외하다 보니 내 길이 정해진 경우가 많다.
반도체 연구자로서의 길을 걷는 다고 해서 인생이 완전히 하나의 형태로 고정된다고 생각하기는 힘들다.(물론 반도체 회사 특성상 보안 문제 때문에 이직이 쉽지 않다는 단점은 있다...) 대기업 안에서도 굉장히 많은 다양성과 편차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 길이 적어도 싫지 않다는 생각이 든 이상, 다른 길이 나은 것은 아니었을까하는 미련은 집어던지자. 이 길에서 어떻게 하면 더 즐겁고, 윤택하게 살아갈 수 있을지를 고민하자. 이 길에 있는 많은 사람들 중에서도 남들이 모르는 가치를 발견할 수 있는 사람이 되자.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글쓰기 다시 시작 (0) | 2022.01.03 |
---|---|
[글쓰기 5일차] 대기업 임원분께 ‘프레임’이라는 책을 추천받다. - 2편 (0) | 2021.08.14 |
[글쓰기 2일차] 고등학교 친구들의 페북을 염탐하다. (0) | 2021.08.11 |
편하게 살려고만 하면 끝이 없다 (0) | 2021.05.18 |
IT인턴 중 퇴직서를 제출한 이유 (0) | 2021.05.13 |